이진경 展
2006. 3. 23 (Thu) ~ 4.1 (Sat)
전시내용

재불 추상화가 이진경(1947)이 최근작 30여점을 선보이는 초대전. 1982년 도미(渡美)하여 로스앤젤레스의 골든 스테이트 유니버시티(Golden State University)에서 수학한 이진경은 그 후 1992년부터는 파리에 체류하며 아크릴과 유화를 혼합한 화면 위에 한지구슬을 각인한 독특한 마티에르로 영혼의 몽롱한 꿈을 불러일으키는 독창적인 추상 풍경 작품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이국적인 코발트블루 바탕 위에 금빛으로 빛나는 달의 색채를 통해 오랜 서구생활의 노정에서 연유한 자전적인 세계를 형상화하여 화폭 속에 담아온 이진경은 이번 초대전에서 1998년도 이후 갈색에서 황금색에 이르기까지 색채의 범위가 넓어진 <영혼의 노래> 시리즈의 최근작들을 선보인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화면 위에 긴장감을 유발하며 두드러져나온 색점들은 한 때 동양화에 경도되었던 자취가 남아있는 듯 한지를 둥글게 뭉쳐 만든 종이 구슬이다. 고즈넉한 밤을 연상시키는 바탕 속에서 자유분방하면서도 부드러운 선의 움직임이 무의식의 세계를 나타내고 있다면 그 위에 의도적으로 배치된 점들은 무의식을 통제하는 의식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선묘들은 가만히 바라보면 마치 화면 위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생명체인 듯하다. 이들은 작가의 그리는 행위, 즉 몸짓의 결과로 탄생된 흔적이다. 작가는 아크릴 물감을 튜브에서 직접 화면에 짜내어 바르는 방식으로 그만의 독특한 마티에르를 만들어낸다.

최근작에서 작가는 금분(金粉)을 물감과 혼합하기도 하고 텔레핀과 린시드 용액의 흘림에 의한 번지기 효과도 도입하여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주로 사용하였던 자동기술의 우연적 형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몇 번의 채색과정으로 이뤄내는 특유의 마티에르 효과는 모래나 시멘트 등의 재료들을 안료에 섞어 사용하는 작가만의 기법에서 기인하며, 새로운 색감을 작가의 심연에서 끌어올리는데 일조를 한다.

이름 모를 원형 동물의 형상이거나 고고한 달빛 아래 나부끼는 갈대의 움직임 같은 이진경의 추상 풍경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 아련하게 남아있는 본향에 대한 노스탤지어이며 작가의 무의식속 뜨락의 풍경이자 심연에서 나지막이 울려나오는 영혼의 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