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영 展
2006. 4. 14 (Fri) ~ 4.24 (Mon)
전시내용

모래 위에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발자국이나 손가락으로 긁은 흔적을 그리는 ‘모래그림’의 화가 김창영(1957년 生)의 초대전. 이번 전시는 한국 내에서는 2003년 전시에 이어 3년 만에 이루어지는 개인전으로, 30년 가까운 시간동안 작가가 고집스레 추구해온 모래회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대표작과 미발표 신작을 포함한 3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실제 모래가 얇게 도포된 캔버스 위에 정밀묘사기법(트롱프뢰유 trompe-l'oeil)으로 발자국이나 손가락으로 긁은 흔적을 그린 김창영의 모래그림은 실제와 가상의 세계를 미묘하게 교차시키는 특유의 방식으로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

작가는 작품의 이미지를 사진에 의존하지 않고 순전히 자신의 기억에만 의존하여 선택한다. 따라서 모래 위에 그려진 흔적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모래 위를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흔적이기보다 작가 자신의 존재의 흔적이고 작가의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는 영원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연민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작가의 관심은 이전 작업에서 주를 이루던 손가락이나 빗자루 등으로 모래를 쓸어 만든 듯한 인위적인 형상으로부터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 위에 쓸쓸하게 남겨진 발자국이라는 무의식적 흔적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런 작품에 붙여진 ‘from where to where' 이라는 사유적 제목은 작품에 담긴 작가의 철학적 성찰을 보다 잘 드러내 보여준다.

김창영의 작품에서 실제인 것 같은 자국이 사실은 그려진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려진 것이라고 생각되는 바탕은 실제의 모래라는 혼동스러운 사실은 보는 이들에게 ‘눈에 보이는 것이 곧 사실’이라는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으며, 나아가 존재의 본질과 허상에 대해 생각을 환기시킨다. 작품의 이러한 감상효과는 소위 눈속임기법(트롱프뢰유 trompe-l'oeil)으로 불리는 정밀묘사에 의해 야기되는 것이다. 작가는 가늘고 작은 붓을 이용하여 마치 수를 놓듯 한점 한점을 찍어가며 일루전을 만든다. 하루 10시간동안 손바닥만한 면적만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인내와 수고를 필요로 하는 이런 작업을 통해 완성된 작품은 존재의 의미론적 질문과 더불어 자기 투영으로서의 예술행위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 담겨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