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展
2006. 5. 11 (Thu) ~ 5.20 (Sat)
전시내용

투명한 얼음 속에 덩굴 잎이나 꽃잎 등을 담은 일명 “아이스캡슐(Ice Capsule)"을 정교한 사실주의 기법으로 캔버스에 담아낸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작가 박성민의 개인전.

박성민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를 ‘아이스캡슐(Ice Capsule)’로 삼고 있다. 서늘한 기운마져 느껴지는 정교한 얼음 조각은 청미래 줄기, 박꽃, 쪽지편지, 꽃잎, 과일 등과 함께 등장한다. 청미래줄기는 얼음과 더불어 그 푸르고 싱싱한 생명력을 강하게 내뿜는 대상이며, 박꽃은 순백의 화려함과 순수하고 소박한 감성을 동시에 전하는 대상이다. 얼음 속에 박힌 쪽지 편지는 누군가가 소중히 간직한 그러나 차마 전달하지 못하고만 그리움, 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상기시키는 모티프이다. 최근에 등장한 형형색색의 과일은 차가운 이성으로 절제된 우리의 욕망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얼음과 함께 등장하는 것이 어떤 것이든, 작품 속에서 그것은 생명력의 가장 최상의 정점에서 영원히 멈춰진 채 얼음 속에 채집되어 있다.

작가가 ‘얼음’이라는 소재를 그의 작품의 주요 모티프로 삼은 것은 그것이 물질의 ‘원성(原性)’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 격인 얼음은 물방울, 바다 혹은 시냇물을 배경으로 등장한다.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물’은 물질의 순환적인 세가지 형태(기체, 액체, 고체)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대상으로서 선택되었다. 고체로서의 얼음은 물질에 대한 또는 존재에 대한 고정된 기억을 환기시키며 얼음 주위를 흐르는 물은 곧 기화되어 사라져버리는 기억의 속성에 대한 암시를 풍긴다.

박성민의 그림은 언뜻 보면 사진처럼 보일 정도로 정교한 사실주의적 표현으로 이루어져있다. 얼음과 식물의 정교한 묘사를 위해 작가는 수없는 붓질을 반복한다. 하루에 꼬박 10시간 이상의 ‘노동’으로도 작품 한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대게 일주일 이상의 수고가 필요하다. 에어브러쉬나 사진 전사같은 쉬운 방식을 거부하고 고집스럽게 순수한 붓질만으로 완성되는 작품의 제작과정은 수도자와 같은 인내와 집중력을 요한다. 최근 젊은 작가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미디어와 같은 첨단 매체 대신에 전통적인 표현 방식인 붓을 선택한 작가의 장인적 고집은 박성민이라는 신예작가를 주목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