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욱 展
2006. 6. 8 (Thu) ~ 6.17 (Sat)
전시내용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듯한 대기와 나뭇잎에 반사되는 빛으로 숲의 형상을 만들어 내는데 탁월한 솜씨를 보여주는 도성욱의 11번째 개인전. <조건-빛> 시리즈의 최근작을 중심으로 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도성욱의 작품은 명백하게 풍경화이다. 이른 새벽 어둠을 조금씩 조금씩 몰아내는 빛에 의해 서서히 깨어나는 숲의 풍경, 한여름 숲의 꼭대기에서 내리쬐는 태양빛을 슬며시 가려 서늘한 그늘을 만들어 내는 키 큰 나무들, 발그스레 노을이 번지면 고요한 침묵으로 빠져드는 숲.

그러나 이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숲이 아니다.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은 사실 나무나 숲과 같은 구체적인 대상이 아니라 ‘빛’이다. 작가는 빛을 그리기 위한 방편으로 나무숲을 선택하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숲을 만들어냈다. <조건-빛> 이라 붙여진 작품의 제목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 무엇인가를 명백하게 보여준다.

근작에서 보여지는 고요한 숲의 풍경은 빛 자체의 묘사와 그것의 심상적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숲으로 흘러드는 빛과 이와 대비를 이루며 화면 한켠에 어둑하게 자리 잡은 그림자는 화면 전체를 다양한 톤의 빛의 향연으로 물들인다. 화면 속 나무와 숲이 무게가 없는 신기루처럼 혹은 꿈속에서 언뜻 본 듯한 풍경처럼 구체적인 듯 그러면서도 몽환적으로 보이는 것은 숲의 풍경이 전적으로 ‘빛’의 존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도성욱의 숲그림은 매우 사실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면을 채우고 있는 것은 매끈하고 윤곽이 또렷한 나무들이 아니라 초록색의 다양한 톤의 변화와 짧고 촘촘하지만 다소 거친 듯한 붓자국의 어울림이다. 멀리서 보면 이 그림들이 모노톤의 추상화처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작가는 매끈한 붓질 또는 에어 브러쉬와 같은 표현 방식 대신 수고스럽지만 한획한획 붓으로 그어 형태를 만드는 제작 방식을 택했다. 이런 방식으로 작가는 그의 작품을 보다 풍성한 색채의 향연으로 이끌어간다. 실재하지 않는 풍경이지만 관람객들이 이 작품 속 풍경에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인 듯하다. 숲은 실재하지 않으나 빛과 색채는 실재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