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구 전
2006. 7. 19 (Wed) ~ 7. 29 (Sat)
자연을 담은 ‘나무회화’

작은 싸리나무가지를 촘촘히 박아 부조처럼 돌출된 평면작품을 만들어온 작가 심수구의 초대전.

심수구의 작품은 나무 패널 속에 자잘한 나뭇가지를 빽빽하게 박아 형상을 만들므로 일견 입체 조각품처럼 보인다. 모더니즘 추상 회화 작업을 하던 작가가 나뭇가지를 주 표현매체로 선택하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경. 작품에서 철학적, 이론적 무게를 덜어내고자 생각했던 때부터이다.

심수구의 ‘나무회화’ 속에는 자연스러움이 자리 잡고 있다. 패널 속에 하나하나 박힌 수백, 수천 개의 나뭇가지의 잘려진 단면들은 점묘파 방식으로 그려진 산이나 구름, 꽃, 길, 문자와 같은 형상을 드러낸다. 이것은 작가가 나뭇가지들의 배열방향이나 단면의 색채 차이를 조절하여 배치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패널을 채워가는 작업은 철저히 감각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어느 정도는 계산 하에 형성된다. 때로는 돌이나 손장난 같은 오브제, 서툴게 그린 드로잉 등을 나뭇가지 사이에 심어 징검다리나 연못, 산책길에 마주친 소박한 풍경을 연상시키도록 하기도 한다. 이런 작업은 논리나 이론보다는 일종의 유머적 요소, 키치적 요소, 표현적 요소를 보여준다.

심수구의 ‘나무회화’는 시골의 처마 밑에 쌓아둔 장작더미 이미지에서 출발된 것이다. 겨울을 대비해 집집마다 처마밑 가득 쌓아두었던 장작더미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근면한 삶의 향기가 작가에게는 향수로 다가왔던 것. 그래서 심수구의 작품에서는 진한 서정적 정서가 드러난다. 마치 고향의 시골길을 걸으며 만나는 작은 풍경들처럼 작가의 작품에는 나무들이 우발적, 혹은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작품 하나에 수백 개 더러는 수천 개의 나뭇조각들이 소요되는 작업 과정은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번잡스러운 과정의 노동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과정을 ‘ 나뭇가지들이 이접적 관계로 짜여지면서 파생하는 우발적 사건들을 하나의 사태로 다큐멘트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작품 속에 나타난 자연을 닮은 듯한 모호한 형상들은 실은 무수한 나뭇가지의 집적하는 반복행위들이 지향했던 목표가 아니라 반복 속에서 필연적으로 도래한 우연의 결과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