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과 환영 / Reproduction & Illusion
2006. 8. 2 (Wed) ~ 8. 19 (Sat)
재현과 환영 / reproduction & illusion

르네상스시대 이래로 회화는 끊임없이 ‘재현’의 문제에 골몰해왔다. 눈으로 보는 것에 대한 믿음을 화폭에 재현하려는 것은 화가의 본능이자 과업으로 여겨졌고, 보다 완벽한 재현을 위한 갖가지 방법들이 시도되고 개발되었다. 그 결과로 우리가 화면에서 보게 된 것은 재현된 ‘환영’이다. 여기에 초대된 여섯 명의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완벽한 재현의 테크닉을 구사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붓을 놀려 캔버스에 물감을 발라 시각적으로 완벽한 환영을 창조하는 이들의 솜씨는 혀를 내두를만한 경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너무나도 명확하게 재현된 환영은 오히려 관객을 더욱 혼란하게 만든다. 관객은 언제나 이 ‘환영’ 앞에서 고민하게 된다. 이것은 과연 사실의 재현일까 아니면 작가의 상상력의 재현일까……. 바닷가에 뜬금없이 부려진 의자더미, 혹은 모호한 공간 속을 달리는 한 필의 말, 혹은 모래 위에 실제로 남겨진 듯한 발자국, 혹은 나무 상자 안에 고이 그려진 과일들, 혹은 강가에 고요히 자리 잡은 얼음조각 혹은 꿈인 듯 생시인 듯 적막한 새벽녘의 숲 속. 언뜻 우리의 일상 속의 익숙한 대상을 그저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이라 생각하는 순간, 이들은 낯선 인상으로 한걸음 멀어진다. 사실적이되 사실이 아닌 형상들. 현실적이 현실이 아닌 순간들. 이들의 작업이 반복되는 가운데도 늘 새롭게 여겨지는 것은 이런 낯설음과 익숙함의 경계에서 모호한 균형을 솜씨 있게 유지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