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엽 展
2006.09.21(Thu) - 09.30(Sat)
한국적 미감을 형상화한 정갈하고 친근한 산수풍경화

독특한 마티에르의 화면과 정갈한 느낌의 산수풍경으로 한국적 미감을 형상화하고 있는 화가 전준엽의 초대전.

그의 작품은 일반적으로 ‘쉽고, 재미있고, 정감이 간다’는 반응을 얻는다. 그림에 문외한이라도 격의 없이 그의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것은 꽃, 새, 강물, 연꽃, 소나무, 달, 물고기, 연못, 장승, 산 등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친숙하게 느껴지는 전통적인 대상을 소재로 삼으며, 우리의 피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자연친화적 세계관을 환상적이며 우화적인 구성으로 그렸기 때문일 듯하다. 합리적인 논리로 관객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적인 정서를 추구하는 것. 전준엽의 작품이 가진 이런 특징에 혹자는 “보면 볼수록 서정이 넘치는 시, 마음을 가라 앉히는 은은한 감성, 보는 이들을 손짓해 부르는 듯한 노스탤지어의 화면이 예술이 갖는 구원과 평화의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는 평을 붙인다.

작품에 붙여진 제목인 ‘빛’은 우리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밝음, 희망, 곧 미래에 다가올 밝은 세상을 뜻한다. 작품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티하나 없이 투명한 코발트빛 파란색은 빛의 상징으로 작품 속에서 끝없이 광활한 하늘이 되기도 하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호수, 바다도 나타나기도 한다. 한국적인 정서를 한이나 슬픔이 아니라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언젠가 찾아올 좋은 날을 기다리는 희망의 이미지로 풀어나가는 것이 전준엽 작품에 관객들이 끌리는 또 다른 이유이다.

한국적 미감을 형상화하기 위해 작가가 하는 노력은 작품의 밑바탕 칠에서도 나타난다. 작품의 바탕은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벽화 같기도 하고 장판지 같기도한 은근한 황톳빛을 띤다. 일단 바탕에 흰색 물감을 여러 차례 바르고 말린 후 그림을 그리며 채색은 여러 차례 덧바르고 긁어내는 과정을 반복해 화면에 부피감과 양감을 더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작품은 유채물감을 이용하지만 번들거림이나 광택이 없이 흙벽처럼 질박하고 건조한 질감을 가져 보다 더 한국적인 정감으로 다가온다.

이번 전시는 근작인 <대바람소리> 연작과 <마음풍경> 연작이 주로 전시된다. 전통적인 산수화의 구성과 정취를 현대화시키는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조선조 산수화의 전통을 이어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경치가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경치를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작년부터 시작된 <대바람소리> 연작은 담양 소쇄원의 대숲에서 영감을 얻은 시리즈로 소쇄원 토담과 대숲을 모티프로 하지만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형상화 한 것이 아니라, 대숲에서 느낀 소리, 향기, 바람, 청량함을 담고자 한 작품 시리즈이다.

<마음풍경> 연작은 폭포나 산을 소재로 삼은 것으로 3년여 전부터 간간히 이어져오던 작업이 보다 더 풍부하고 화려한 색감으로 바뀐 모습을 보여준다. 겸재의 <박연폭포>와 <인왕재색도>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폭포 앞에 섰을 때의 역동적인 감정, 물안개의 축축함이나 몽환적인 느낌을 담아보려는 시도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