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 크로키와 뎃생으로 미술을 시작했다. 손을 마주하며 관찰했던 과정은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작품 활동을 할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과 작업 중의 이미지의 방향이 같지 않거나 완성될 작품이 맘에 들지 않게 될 상황 등 많은 고민이 있을 때면 손을 보게 된다. 그렇게 다시 손을 보고 뎃생을 하며 다시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작업에 임했다. 이러한 작업 과정들이 반복이 되며 나만의 것이 무엇인가 나만의 것을 어떻게 그려 넣을까 고민하던 중 여느 날과 다름없이 손을 지켜보다 문득 여러 형태의 지문과 손금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지문과 손금을 관찰하며 단순히 외면적인 것 이외에 느껴지는 다른 요소들을 발견했다. 때로는 파도 같은 때로는 바람 같은 때로는 산, 들, 꽃, 나무 그리고 강과 같은 자연이 손안에 있는 지문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과거에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사람들은 손금을 이용하여서 한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를 들여다보려 하기도 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지문과 손금은 개개인에게 유일한 것이며 이미 가지고 있는 나만의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되었다. 지문과 손금은 매번 다른 요소들로 발견되는데 이는 내가 매일 맞이하는 일상과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이라는 것이 특별함 없이 반복되는 하루일지 모르지만 나에게 일상은 매일매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식사의 메뉴를 고르는 순간, 잠자리에 누울 상태와 시간 등은 단순히 반복되는 일상 같아 보이지만 그 일상 안에서도 미세한 차이를 체감한다. 날씨와 자연 또한 내가 생각하는 일상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느낀다. 어제와 같은 날씨, 내일도 같은 날씨라 보일 수 있지만, 결코 같지는 않다. 새벽, 아침, 낮 밤과 계절 그리고 하늘과 땅, 산과 바다 등도 일상 속에서 늘 새로움을 선물한다. 나의 작업 과정은 위와 같은 일상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 여러 형태의 지문과 손금이 눈에 들어왔던 날처럼 지문에 보이는 자연적인 요소 또한 나에게 우연히 발견되었다. 이러한 우연한 인지가 나의 정체성을 작업으로써 재현하려는 시도에 큰 지표가 되었다. 그렇게 우연히도 발견된 일상의 기록을 해나감으로 나의 작업은 시작된다. 지문을 따라 선을 긋고 매일 마주하는 시간과 자연에서 색을 가져온다. 그리고 손안에서 느껴지는 무언가는 자연이 되고 일상에서 언제나 찾아오는 우연을 기록해 나감으로써 새롭게 재탄생 된다. 

작가노트 │ 순재 

I started art by sketching and drawing hands. Since then, closely observing my hands has become a habit. When I have trouble reproducing an image in my head or am unhappy with the completed work I stare at my hands. Then, I recollect my mind and go back to where it all started: observing and drawing my hands. One day, in the midst of studying my hands as I was contemplating how to reflect my original idea onto the canvas, the fingerprints caught my eyes. All of a sudden, with different eyes, I realized there’s more to lines and curves of the hand than meets the eye.

Everyone has different fingerprints that can be distinguished from each other. In some cultures, there are palm readers who can read one’s past and future by looking into their hands. From my perspective, I found ocean waves, winds, mountains, fields, flowers, trees, and rivers between the prints of the fingers and lines of the palms. The images that I found in my hands never looked the same even though I studied them every day. Like so, I do not perceive each day the same as the days before. For some, every day may feel like any other day. Small things like thinking about what to eat, tossing and turning in the bed, and fading leaves as the breeze gets cooler may seem so miniscule. But noticing the smallest changes allows one to appreciate daily life.

The accumulation of noticing and cherishing daily moments became the definition of what I pursue in art. I recreate the lines of hands and paint with colours inspired by the nature. With different eyes, ordinary hands may hold the sublime nature and everyday life can become something remarkable.

Artist note │ Soonj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