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ence Dore
막성스 도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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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대기의 구름 같기도 바다의 파도 같기도 한 곡선의 형상이 다채로운 색면 위를 물결친다. 막성스는 기상위성과 영상 자료를 활용하여 끊임없이 운동하는 우주, 하늘, 바다 등 자연의 특정 순간을 포착한다. 이렇게 각각의 캔버스에 재현된 풍경 장면은 그가 방문하거나, 상상하거나, 떠나고 싶은 곳으로, 현실과 현실 너머의 시공간을 오간다. 이번 《시간의 리듬 속으로 To the Rhythm of Time》 는 바로 이러한 시공간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다.   

 

막성스(Maxence Doré, B.1990)는 그림을 그리면서 일상과 현 사회의 영역에서 되풀이되는 시간, 반복되어 마주치는 공간, 강요된 일상의 순간으로부터 잠시 탈출한다. 일상에서 빠져나와 그가 다다른 곳은 다름 아닌 우주와 같은 미지의 세계이다. 이렇게 상반되는 두 세계의 영역은 작품의 화면을 주되게 구성하는 물결 모티프색면 바탕으로 압축된다. 우주, 하늘, 바다, 지표면 등에서 추출된 물결 모양의 모티프와 바탕을 채운 색면은 막성스의 작품에서 자연을 표상하는 조형 요소다. 여기에는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자연을 두 가지의 모습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깔려있다. 하나는 시사성이 있는 작품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현실에서 인간에 의해 부식되어 결점이 생겨버린 자연이고, 다른 하나는 무결점의 모습을 한 완벽한 자연의 비현실적 모습이다. 이러한 인식이 반영된 작품은 현실과 이상의 세상을 동시에 시사한다.

 

전시장 벽면에 걸린 작품들을 살펴보자. 선과 면으로 중첩된 풍경 장면은 작품의 화면 안팎으로 자유롭게 모였다가 팽창하는 움직임을 반복하며 고요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다양한 높낮이에 설치된 작품은 관람자의 시선과 동선의 교란을 꾀한다. 우주에서 중력에 구애받지 않고 공간을 부유하듯이, 불규칙한 작품의 위치에 따라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작품은 낯설지만 기묘한 안도감을 일으킨다. 이로써, 막성스의 작품은 감각의 논리 위에서 감정의 변이와도 깊이 연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막성스는 현실 세계에서 느끼는 압박감과 각박함을 악몽으로 은유한다. 한편 미지의 세계에서 느끼는 낯설면서도 정제된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감지한다. 막성스는 전자에서 후자의 감정을 획득하기 위한 통로로서 창작 활동을 시도한다. 이때, 다른 세계로 옮겨가는 이야기는 물리적인 이동과 숫자로서의 시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작가의 의식에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렇다. 막성스가 벗어나고자 했던 곳은 표면적으로 현실의 세상처럼 보이나, 궁극적으로는 시간의 축 위에서 해방된 곳이다. 막성스가 탄생시킨 풍경화는 시계로 잴 수 있는 시간 속의 공간이 아니다. 그의 풍경화는 각기 다른 시간의 궤적 속에서 기록된 것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관람자를 현실과 또 다른 현실로, 어딘가에 존재하는 완벽한 시공간으로 인도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완벽한 이상이 존재하는 시공간에 대한 여정을 열망하고 그곳에 인간이 위치한다는 것은 요원한 이상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눈을 감는 순간까지 자신만의 타임라인 속에서 시간이란 키를 쥐고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시간의 리듬 속으로 To the Rhythm of Time》는 누군가에겐 이미 진행 중인 여정을 보여주기도, 또 누군가에겐 두렵지만 기쁨의 여정에 오르는 출발점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글│임소희 (BHAK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