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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Kim : When Light is Put Away
김보경 : 아로새기다
전시 기간
2021.6.24 - 7.10
전시 소개

Bo Kim <아로새기다, When Light is Put Away>

하루가 지나고 빛이 없는 고요한 밤이 찾아오면 나만의 온전한 시간을 갖는다. 작업실로 걸어가는 언덕길 위에서 본 하늘의 모습,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사이사이 내리쬐는 햇빛, 그리고 창문 넘어 보이는 우거진 나무의 모습 모두 나의 눈과 마음에 담고, 그날 나에게 일어난 일들 사람들과 나눈 대화, 그리고 나의 감정과 생각을 떠올리며 글을 쓰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눈에 담은 자연의 모습을 사진으로 글과 함께 기록하여 그날의 하루를 마음 속에 아로새긴다.


이전 Imperfection 시리즈를 통해, 한국 전통 문화에서 비롯된 자연의 미와 불교정신에 서 비롯된 비영속성, 즉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발견되는 크고 작은 흔적들과 자연 혹은 자연스러운 현상을 통해 재탄생하는 것들을 아름다움이라 정의하고 이것의 가치를 작품에 투여했다. 완전함에 도달하는 도중, 발견되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찾기 위해 한지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내며 겹겹이 쌓아 반복된 행위를 통해 명상적 수행을 했다. 비워진 부분을 모두 메꾸는 것이 아닌, 한지가 중첩되어 표현된 투명과 불투명 그 경계의 상태, 불완전한 상태를 유지하여 아름다움을 표현하였다. 그리고 흙과 모래를 이용해 한지 사이의 경계선을 따라 반복된 선을 그리고 이것을 한지로 감싸 안으며 그 과정 속에서 발생한 잔해들과 표면에 남겨진 흔적들을 보존함으로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섭리를 아름다움이라 여기는 정신을 투여하였다.


Imperfection 시리즈가 반복적 행위를 통한 작가의 명상적 수양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이 가장 중시 되었다면, 이번 전시 <아로새기다, When Light is Put Away>를 통해 작가는 이전 기법의 명상적 수행을 그대로 이행하는 동시에 그 속에 담긴 작가 개인의 이야기를 더 심층적으로 다룬다. 제목에 명시된 ‘아로새기다 1. 무늬나 글자 따위를 또렷하고 정교하게 파서 새기다. 2. 마음속에 또렷이 기억하여 두다’. 의 사전적 의미와 같 이 작가 개인이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밤이 찾아왔을때 (When light is put away) 사진과 글을 통해 기록함으로서 마음속에 또렷이 새기는 하나의 반복적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시각화 하기 위해 시간적 특성을 지닌 자연의 모습을 작품에 투영하였다.


뚜꺼운 한지 위에 색을 입히면, 색이 한지에 얹혀지고 시간이 지나 스며듬으로서 색은 차차 부드러워지고 연해 진다. 첫번째 층의 한지 위에 색을 얹는 다는 것은 그 날의 생생한 기억을 그날 밤 기록하는 의미로 해석 될 수 있으며, 이것이 희미해지고 그 위에 아주 얇고 여린 질감의 한지를 얹음으로서 생기는 희미해진 안개가 씌인듯한 얼룩덜룩함, 빛바랜 듯한 현상은 과거의 기억과 감정의 희미해짐을 표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겹쳐진 한지 위에 다시 색을 옅게 올릴 때에는 과거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회상 하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러겹의 한지를 중첩함으로써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지의 색이 조금씩 바라고 자연스럽게 흐려지는 것은 생생했던 기억과 감정또한 희미해져, 기억속에 사라지거나 추억속에 자리잡는 것과 비슷하다.


작품을 만드는 행위는 명상적 수행인 동시에 생각과 감정을 새기는 일기장과 같다. 일기장과 같은 작품은 전시를 통해 관객과 공유함으로서 관객또한 자신의 감정이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Carl R. Rogers의 “What is most personal is most universal.” 라는 말처럼 결국 작가의 온전한 개인의 것 결국 우리 모두의 것과 같은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