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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 of Contemplation
Son Jungkee 손정기
Exhibition Period
2020.7.7 - 8.6
Exhibition Introduction

손정기 개인전 : 사유의 방 Room of Contemplation (B1)

 

밀도 높은 숲속에서, 드넓은 길에서, 뚜벅뚜벅 걷는 인물이 보인다. 대자연 속에서 홀로 걷는 사람의 모습은 타인과 함께 도시에서 사는 우리가 체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관계가 단절된 인물 모티프는 고독한 인간의 모습으로 읽힌다. 고독은 타자와 상호작용의 부재 상태를 일컬으며 외로움, 고립, 우울 등의 부정적 개념이 내포된 병리학적 현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보다 개념적으로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조건으로서의 순기능적 가치도 지닌다. 한나 아렌트의 말을 빌리면, 고독은 자기 자신과 함께 있는 상태를 의미함으로써, 고독은 홀로된다는 것이지만, 내가 다른 하나의 자신과 함께 있다는 , 내가 하나 안의 임을 의미한다.

 

고독이 본질적으로 복수로 존재한다는 점은 손정기의 작품에서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자연 풍경과 점처럼 찍힌 인물의 관계 구도에서 드러난다. 손정기는 시간의 흐름과 외부의 환경에 의해 변화되고 부식되어도 계속해서 자라나는 나무의 생명력에서 인간이 세상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따라서 손정기는 숲을 인간 군중을, 군중을 하나의 숲을 보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작품에 재현된 산과 숲속의 나무, 까마득한 오르막, 드넓은 대지와 굽이길은 우리의 모습이자 각자가 마주한 거대하고 다양한 삶의 형태로 다가온다. 부피와 무게는 알게 모르는 부담감과 긴장감을 가져온다. 하지만 무채색으로 구성된 화면은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며 안정감을 준다. 여기서 인물의 발걸음과 나무 기둥에 드리워진 그림자, 펄럭이는 옷자락은 관람자의 시선을 인물의 움직임에 일치시키며, 여정 중인 인물에게 힘을 불어넣는 듯하다.

 

이렇듯 손정기의 작품은 자신과 나누는 침묵의 대화와 과정에서 순환하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암시한다. 따라서 여정 중인 인물의 모습은 정서적 상태로서의 고독을 보여주며 우리의 사유 활동을 이끌어낸다. 시간의 영속성 속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한정된 .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생각의 문으로 인도하는 손정기의 작품은 그렇게 고독의 동지가 되어, 우리에게 자신이 누구이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찰하고, 삶을 창조하도록, 내면을 마주할 있는 용기와 시간을 건넨다.

 

글│임소희 (BHAK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