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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CE 로망
김아름 Areum Kim, 현승의 Seungeui Hyun
Exhibition Period
2024.12.28 - 2.1
Exhibition Introduction

 

현승의, 김아름 2인전

Romance 로망

2024.12.28 (Sat) – 2025.2.1 (Sat) (1F&B1)

 

현승의와 김아름의 2인전 《Romance 로망은 실현하고 싶은 소망이나 이상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로망의 사전적 의미를 바탕으로 기획된 전시다. 우리나라 말낭만으로 번역되는 로망은, 현실에서 조금은 벗어난 아름다운 심리와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전시는 두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관광지사랑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낭만화된 어떤 상(, image)들의 다층적인 모습을 살펴본다. 현승의는 제주도라는 장소를 중심으로, 김아름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집중하면서 낭만을 향해 한 방향으로 머물러 있던 우리의 시선에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두 작가의 시선을 빌려 낭만의 외겹을 한 겹씩 걷어내며, 우리가 눈으로 보거나, 감정으로 느끼거나, 마음에 그려낸 낭만적 상상과 현실의 복잡성을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 보게끔 한다.

 

현승의는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현지인의 시선으로서, 관광지로 사랑 받는 제주 섬의 풍경과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그린다. 이때 현승의의 시선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웃음꽃 뒤에 가려 씁쓸하게 웃음짓는 꽃들을 향해있다. 제주도를 찾는 많은 사람을 위해 확장된 관광산업으로 파괴되고 잊히는 자연 본래의 모습과, 아름답게 장식된 자연의 모습에 투영된 인간의 심리적 물질적 욕망이 작가가 포착한 현실의 이면이다. 현승의는 인간으로서 우리는 한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돈되지 않은 날것의 대상을 사랑하기 어렵고, 대신 예쁘게 재단되고 보기 좋게 다듬어진 것을 사랑한다고 말하며, 관광지의 자연 대상은 사랑받을 만한 풍경으로 혹은 낭만을 충족시키는 대상으로서 손쉽게 타자화된다고 하였다.

 

흑백으로 채색된 현승의의 작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아 낭만화된 관광지가 지닌 다층적인 이미지를 우화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활화낙원도> <동자견록도>는 전통 산수화의 형식을 빌려, 속세를 떠나있는 이상적인 낙원을 묘사하면서 현대 관광지의 아이러니를 비추는 작품이다. 또한, 연작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멸종 위기의 동물들과 익명의 인물들을 통해 시끌벅적한 관광지에서 안식처를 찾을 수 없는 존재들을 시각화하며 관광지 제주의 또 다른 모습을 암시한다. 이러한 장면은 인간 중심적인 취향과 기호로 포장된 제주의 이미지 바깥에 실재하는, 관람객의 시선으로는 잘 보지 못했던 혹은 보고 싶지 않았던 제주의 또 다른 현실을 바라보게끔 한다.

 

그러면서 현승의의 작업은 어쩌면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완성된 낭만적 순간, 그 로망이 실현되는 순간이 진정한 행복일지, 이것이 혹시 반쪽짜리 행복은 아닐지, 수많은 질문을 남기며, 우리의 행복을 구성하는 조건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끔 한다. 이러한 의도는 단순히 비판적인 측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공간이 건네는 소리에 애정을 갖고 살펴보는 데 더욱 본질적인 목적이 있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김아름의 작업은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낭만화된 사랑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사랑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 중에서도 인류에게 있어 가장 큰 행복감을 주는 감정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이 단순히 행복한 감정 하나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안다. 여기에는 슬픔이나 갈등이 동반되기도 하며, 겉으로는 볼 수 없는 수많은 상념과 감정들이 한 뭉치로 얽혀 있기에 사랑은 결코 행복이라는 평면적이고 단조로운 하나의 단어로 정의될 수 없다.

 

김아름의 작업은 이러한 배경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맨스)를 소재로 하는데, 본 전시에서는 사랑이 시작되는 상호 간의 관계성에 관해 주목하며 이야기를 펼쳐낸다. 전시장 벽면에 설치된 종이 조각의 <가상의 인물들>은 다양한 사랑을 경험한 주인공들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소형 모니터에 재현된 이들은 상상의 인물이지만 작가의 내면을 대변하는 미니어처와 같은 존재들로 역할을 하며, 각자가 기억하고 정의하는 여러 모양의 사랑을 환기한다. 김아름은 이러한 사랑의 형상을 집이라는 시공간의 형태로 표현하기도 한다. <종이 사랑 집>은 나와 상대방이 맺은 사랑의 역사를 은유하며,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에 공간을 내어주고 침투하며 만들어진 관계성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런데 이때 김아름은 견고한 물성이 아니라 연약한 성질의 종이를 재료로 활용하는데, 이러한 재료의 활용은 사랑이 지닌 여러 모양 중 가변적인 특성을 암시한다. 말하자면 사랑의 본성 중 하나가 양가적이고 변동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물방울 추상> 연작에서 더욱 잘 나타난다. 이 그림들은 사랑의 공통적인 속성을 감각적으로 발견하며 사랑의 본성을 탐구한 수채화 연작이다. 사랑은 투명해서 그 속성과 두께가 보이지 않는 물처럼 비가시적이다. 사랑은 물처럼 비가시적이나, 분명한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의 흐름처럼 다양한 양상으로 변모하고, 우리는 이를 생생히 감지한다. 김아름은 그러한 사랑이 그 사랑을 지닌 존재를 발전하도록 하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존재를 파괴하기도, 존재에 평온함을 주기도 하지만 불안정감을 주기도, 또한 스스로 충만해지기도 고갈되기도, 강력해지기도 무력해지기도 하는 것으로 인식하며, 이 모든 가능성 안에서 사랑은 양가적이고 유동적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김아름의 작업은 일정한 부피는 있지만 일정한 형태가 없는 물의 상태처럼 변화하고 요동치는 사랑의 다양한 상태를 드러내며 우리가 그 진폭을 느끼도록 한다.

 

현승의와 김아름이 다루는 관광지사랑이라는 테마는 별개의 영역 같다. 그러나 우리는 장소를 감정과 연계해 인식하고, 또한 감정에는 이를 에워싼 당시의 시공간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장소와 감정을 탐색하는 두 작가의 작품은 분명한 연결성을 지닌다. 전시는 이러한 교차점에 위에서, 우리가 어떤 대상을 이상화하거나 낭만화함으로써 우리의 시선에 벗어났거나 가려져 잘 볼 수 없었던 생각, 감정, 가치 등을 새롭게 만나기를 제안한다. 그러면서 인간은 늘 완벽하고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지만 인간의 불완전한 생각과 감정은 완전함에 다다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러한 지점은 어떤 이상을 찾는 우리의 태도를 냉소적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얻는 일시적인 만족감을 넘어서는 삶의 희망과 행복의 본질적 의미를 찾아나서는 여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l 임소희 (BHAK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