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라인(Udo Rein, b.1960)의 작품은 인물, 동물, 사물, 텍스트 등 이질적이고 다양한 이미지가 서로 뒤섞인 채 화면에서 조화를 이룬다. 각각의 이미지는 특정 대상을 재현한 것이 아니다. 이는 우도가 직접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촬영한 장면 일부를 인쇄하고 잘라서 패널 위에 붙이는 과정을 반복하여 탄생한 장면이다. 이러한 콜라주 기법의 작업 방식은 우도가 본격적인 예술 활동을 하기 이전인, 1980-90년대 미국에서 머물면서 사진영화 분야에서의 활동과 팝 아트(Pop Art) 작가들에게 받은 영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마이애미와 LA에서 영상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촬영, 편집, 무대 설치 등 다양한 협업을 경험한 시간을 보냈다. 또한 미국에 머물면서 과거 뉴욕을 풍미하던 팝 아트와 스트릿 아트(Street art, 거리예술)의 주창자라 불려 온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 1925-2008),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 1922-2011), 레이 존슨(Ray Johnson, 1927-1995) 등이 유행시킨 콜라주 양식을 접하며, 당시 작업했던 영상뿐만 아니라 이후에 시작한 회화 장르에 큰 영향을 받았다.
20세기 초 콜라주를 최초로 시도한 피카소(Pablo Picasso)나 브라크(Goerges Braque)는 화면의 미적 구성을 위한 수단으로써 여러 인쇄 매체를 회화에 차용했는데, 20세기 중반에 이르면 콜라주 양식은 보다 다양해지고 심화된다. 사진을 활용한 포토콜라주, 사회적 비극과 부조리를 고발하고 풍자하는 콜라주, 대중소비문화의 이미지를 작품 전면에 내세우는 경향의 팝 아트 작가들의 콜라주가 등장한 것이다. 미술사에서 콜라주 기법은 사회 문화상을 반영하면서도 뉴스, 광고, 상품, 만화 등 친숙한 이미지를 예술 소재로 편입시킴으로써 예술의 확장성에 기여하고 대중화를 이끌었다.
시기와 작가별로 콜라주에 활용되는 매체와 그 목적은 다양하지만, 캔버스에 이질적인 재료와 매체를 오려 붙임으로써, 보는 이가 이미지의 연쇄반응을 느끼도록 하는데 콜라주 기법의 근본적인 목적이 있다. 우도의 작업에서는 콜라주 기법이 지닌 조형적 특징이나 사회적 현실을 꼬집는 경향이 모두 드러나는데, 무엇보다도 눈여겨 볼 점은 그 기저에는 작가가 이해하는 ‘시간성’이 깔려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Navigating Time: Udo Rein” 전시는 우도가 시간을 탐색하고, 포착하고, 이해하는 형식을 관람객이 따라가 보는 여정을 제안하며, 시간의 형태로서 존재하는 우도의 작업을 살펴보도록 한다.
다층적인 시간을 형상화하고 있는 우도의 작업은 그 제작 방식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우도는 카메라를 사용하여 순간적인 시간 속에서 맨눈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장면을 영상으로 담아내고, 그 가운데서 특정 장면을 정지된 스틸컷 이미지로 다시 추출하여 화면에 물감을 이미지와 함께 덧대고 붙이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따라서 영상에서 순차적으로 재생되던 장면의 이미지들은 이제 평면 위에 분절된 이미지로서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시간의 형태는 과거에서 현재와 미래로 향하는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동시적으로 혼재된 시간의 상태를 보여준다. 과거가 현재의 시점으로 끊임없이 재구성되며, 우리의 인식으로는 정확히 지각될 수 없는 시간성이 우도의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 개념은 단순히 우도의 작업의 기술적 측면에 국한되지 않고, 작품에서 보여주고 말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을 효과적으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한다. 작품에 콜라주된 이미지들은 우도가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그곳에서 일어나는 생태 위기, 전쟁, 빈곤 등 암담한 사회적 현상을 목도하며 당시 그가 보았던 상황과 느꼈던 감정의 기록으로서 존재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도는 자신의 작품을 기억의 파편이자 시각적 일기라고 표현한 바 있다.
우도는 자신의 기록을 다시 작품으로 해석할 때 당시의 기억과 상황을 자전적인 기억 바깥으로 확장하지만, 이것은 작품이 사회적 담론의 틀 안에서 해석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도는 예술이 사회비판적 역할을 감당하는 점은 수용하지만, 정치적 목적에서 선동의 표현 행위로써 사용되는 점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그가 의도한 것은 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특정 사건을 고발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혹은 알고 있었던 개인과 사회의 복잡다단한 실상에 순수하게 접근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따라서 우도의 작업은 개인과 사회의 내밀한 이야기를 보편적인 이야기로, 나아가 예술의 영역으로 위치시키기 위한 전략으로서 작품 이미지의 비가독성에 주목하게끔 한다.
우도의 작품에는 다양한 이미지와 텍스트가 기록의 형태로서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매우 불분명한 이미지로서 감지된다. 이러한 수수께끼 같은 작품 형식은 보기와 읽기에 대한 행위의 책임과 역할을 관람자에게 최대한 부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도의 작품에서 콜라주된 시간과 시간,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로 관람자는 우도의 창조적 흔적과 사회적 비평성을 찾아내며 자유롭게 열린 해석의 장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관람자의 주관적인 경험 속에서 우도의 작품이 새롭게 경험되고 해석되는 순간은, 우도가 바라본 시점이 관람자의 시점으로 확장되면서, 그의 작업이 비로소 개인과 사회의 보편적인 위치에서 이야기되고 경험되기에 이른다.
현재 우리는 과거에 비해 가장 화려하고 풍요로운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항상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갈등과 아픔의 그림자가 깊숙이 존재해 왔다. 우도는 우리의 삶과 역사를 비관적으로 단언하지도, 이상적으로 긍정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는 예술의 본성이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명제에 동의하며, 예술가로서 아름다운 미래를 희망하고 표현하는 것을 자신의 근본 목적으로 삼는다.
이번 전시는 우도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예술적 실천의 행적이 드러나는 현장이다. 그가 시간의 항해자를 자초하며 세계 곳곳의 그림자를 명징하게 관찰하는 여정은, 인간의 본질을 깊고 넓게 연구하는 시간이었으며, 우리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바라보는 비전을 확장하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글│임소희 (BHAK 큐레이터)
Udo Rein (b.1960) combines heterogeneous and diverse images of figures, animals, objects, and texts into his works, harmonizing them on the canvas. Each image does not merely represent a specific subject. The scenes were created by Udo by printing and cutting images captured during his travels to different countries and pasting them onto panels. This collage technique traces back to Udo's career in the field of photography and film during the 1980s and 1990s in the United States before he fully engaged in Fine art, and was also influenced by Pop Art artists.
During that time, he engaged in various collaborations such as shooting, editing, and stage setup while conducting video production projects in Miami and LA. While staying in the United States, he was influenced by the collage style popularized by pioneers of pop art and street art in New York City, such as Robert Rauschenberg (1925-2008), Richard Hamilton (1922-2011), and Ray Johnson (1927-1995). He was influenced not only by the video works they produced at that time but also by the collage form they popularized, which he later incorporated into his own painting genre.
In the early 20th century, pioneers like Pablo Picasso and Georges Braque first experimented with collage as a function of aes-thetic composition by combining various print media into their paintings. By the mid-20th century, colleges had evolved and diversified further. This evolution included the emergence of photomontage, which utilized photography, and collage forms that aimed to expose social tragedies and absurdities and satirize them. Additionally, Pop Art artists began using collages to showcase images from popular consumer culture in their works. In art history, the collage technique not only reflected social and cultural phenomena but also contributed to the popularization and expansion of art's boundaries by incorporating familiar images from news, advertising, consumer products, and comics into artistic subjects.
The materials and purposes utilized in collage vary depending on the time period and the artist, but there is a fundamental purpose to the collage technique: by adhering heterogeneous materials and media to the canvas, it aims to evoke a chain reaction of images in the viewer. In Udo's work, both the formative characteristics inherent in the collage technique and its tendency to critique societal realities are evident. What is particularly noteworthy is the underlying concept of 'temporality' as understood by the artist. In this background, the exhibition "Navigating Time: Udo Rein" proposes a journey for viewers to follow as they explore, capture, and understand Udo's exploration of time. It invites viewers to examine Udo's works, which exist in the form of time, and to contemplate the various ways in which time manifests within them.
Udo's works, which visualize multilayered time, are closely intertwined with his method of painting. Using a camera, Udo captures scenes that are difficult to perceive with the naked eye within fleeting moments, recording them as video footage. From this footage, he extracts specific scenes as still frame images and then applies paint onto the canvas alongside these images. Thus, the sequential images that were once played out in the video now exist as fragmented images. Furthermore, the form of time depicted in his works does not follow a linear flow from past to present to future but rather presents a state of time where past and present are simultaneously mixed. The past is constantly reconstructed into the present moment, and a sense of temporality that cannot be precisely perceived by our consciousness permeates Udo's entire body of work.
This concept of time is not merely confined to the technical aspects of Udo's work; it effectively carries the core content that he seeks to show and convey in his artworks. The collaged images in his works serve as a record of the situations he witnessed and the emotions he felt during his visits to various countries, where he observed grim societal phenomena such as ecological crises, war, and poverty. In this context, Udo has described his works as fragments of memory and visual diaries.
When Udo interprets his records back into artworks, he expands beyond his autobiographical memories of the time and situations. However, this doesn't mean that his works should be interpreted strictly within the framework of societal discourse. While Udo acknowledges art's potential for societal critique, he takes a negative stance toward its use as a tool for political agitation or propaganda. His intention is not to use art as a medium to denounce specific events or propose solutions but rather to encourage a pure approach to the complex realities of individuals and society, whether known or unknown to us. Therefore, Udo's works strategically draw attention to the opacity of the images as a means to transform personal and societal narratives into universal ones and further position them within the realm of art.
In Udo's works, various images and texts exist in the form of records, yet they are perceived as highly ambiguous images. This enigmatic form of artwork can be seen as placing the utmost responsibility and role of viewing and reading onto the viewers. This is because, within Udo's works, viewers can freely explore the creative traces and social critiques amidst the collaged time and images, experiencing an open field of interpretation. As such, the moment Udo's works are newly experienced and interpreted within the subjective realm of the viewer, his perspective extends to that of the spectator, allowing his works to be discussed and experienced from a universal standpoint of both individuals and society.
It seems that we are currently passing through the most glamorous and prosperous era compared to the past. However, beneath this surface lies the deep-seated shadows of realistic and societal conflicts and pains that have always existed. Udo neither pessimistically asserts nor idealistically agrees with our lives and history. While acknowledging the proposition that the nature of art pursues beauty, as an artist, he considers it his fundamental purpose to hope for and express a beautiful future, thereby aligning himself with the pursuit of beauty through art.
This exhibition serves as a site where Udo's artistic endeavors to achieve his purpose are revealed. His journey, navigating through time as a voyager, and keenly observing the shadows cast across various corners of the world, can be interpreted as a time of deep and extensive exploration of human nature, and it is a time that expands the vision of viewing our lives in a more beautiful light.
Written by│Sohee Lim (BHAK Cur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