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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Between State
Armando Chant & Sungmin Park
Jun 18, 2026 - Aug 1, 2026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시각은 가장 먼저 세계에 닿는 감각이며, 때로는 설명보다 앞서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의 이해는 논리적인 해석이라기보다 몸으로 스며드는 감각의 경험에 가깝다. 어떻게 바라보고 경험하게 되는가에 대한 감각의 행위로서의 이해인 것이다. 《알만도 찬트, 박성민 : 사이의 상태 In Between State》는 이러한 지각 경험에 집중한 작업적 태도를 작품 주제로 삼는 알만도 찬트와 박성민의 작품을 조명한다. 작업은 서로 유사하면서도 상이한 형식과 개념을 드러내지만, 모두 어떤 대상이 지닌 기존 이미지를 해체하고 다시 구축하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탄생한다. 먼저 알만도는 사진 속의 장면 일부를 포착한 뒤, 이를 낯선 시공간적 풍경으로 재구성한다. 이때 작업에 사용된 다양한 매체와 표현 방식은 단순히 기법적인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로운 서로 다른 재료가 캔버스 위에서 마주치며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생성하는 과정에 가깝다. 예컨대 알만도의 작업에서 손자수로 린넨에 새겨진 화면의 촉각적인 질감은, 실을 꿰는 반복적인 제스처를 통해 몸으로 시공간을 더듬어 나가며 그 감각을 시각화한 결과물이다. 작업의 바탕을 이루는 색면에 활용된 염색칠 또한 마찬가지인데, 바탕면은 자수처럼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특징과 달리 스며들고 번지는 표면의 시각 효과를 통해 우리의 고정된 시선을 흐림으로써 다각적인 시선을 획득하도록 한다. 작업은 그리기와 지우기, 새기기와 흐리기, 쌓기와 무너뜨리기처럼 서로 대조되는 행위의 반복을 거쳐, 보이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새롭게 보이는 것을 추적하고 열어 보이는 것이다. 그 과정은 긴 시간과 찰나의 순간, 통제와 우연, 물질과 감각의 교차를 통해 하나의 응집된 화면을 구축하기에 이른다.한편, 박성민의 작업은 알만도와 달리 표면을 하나의 질감으로 마감하여 작업의 평면성과 추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그의 작업 역시 오랜 시간 퇴적된 지층처럼 여러 물질과 감각이 층층이 존재한다. 이는 전작에서 재현의 대상으로 등장했던 도자기와 얼음과 같은 특정 도상이 추상의 형태로 변형된 것이다. 세밀하게 묘사된 도자기의 흠집과 수직과 수평이 교차되는 붓자국은 도자기의 질감을 재현하면서 동시에 화면의 안정적인 구도를 형성한다. 화면의 경계를 구분하면서도 침범하는 색면은 기온에 따라 물질을 달리하는 도자기와 얼음의 특성을 담으며 동시에 화면의 운동감을 만들어 캔버스 안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이미지를 감각하게 한다. 색면 위로는 의도에 따라 우레탄이나 레진 미디엄이 도포되는데, 무광 혹은 유광의 질감으로 구현되는 각각은 마찬가지로 유동하는 물성을 감각하도록 한다. 이처럼, 작업은 특정 대상이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되고 있지만, 그 형상은 오히려 추상의 형태로 드러나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는다.두 작가의 작업은 구조적이기보다 과정적이며, 완결된 형태이기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태에 가깝다. 화면 위에 남겨진 흔적들은 하나의 이미지로 수렴되기를 거부한 채 생성과 소멸, 응집과 분산의 운동을 반복하고, 관객의 시선은 그 사이를 유영하며 회화를 고정된 장면이 아닌 끝없이 확장되는 풍경처럼 경험하게 된다. 전시 제목 “사이의 상태 In Between State”는 바로 이러한 경험을 전제로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되묻는다. 여기서 ‘사이(Between)’는 재현과 비재현, 구상과 추상, 물질과 비물질, 기억과 감각 사이의 간극을 의미한다. 그리고 ‘상태(State)’는 어느 한 지점으로 귀결되지 않은 채, 서로 다른 형태와 감각, 그리고 의미들이 교차하는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현상을 가리킨다. 어쩌면 우리가 바라본다는 것은 대상을 온전히 이해하거나 명명하는 일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감각의 흐름 속에 자신을 놓아두는 일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곳에서 회화는 더 이상 무엇을 보여주는 매체가 아니라, 세계가 감각으로 다가오는 순간을 붙잡는 하나의 장(場)이 된다. 전시는 바로 그 곳에서 발생하는 감각의 진동과 여운을 따라가며, 우리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의 또 다른 가능성을 펼치는 시간이 될 것이다.글 l 임소희 (BHAK 큐레이터)

Camouflaged Confession
Suhee Kang
Apr 16, 2026 - May 30, 2026
공간이든 마음이든 어딘가로 침잠하다 다시 깨어나는 듯한 느낌, 강수희의 그림이 주는 첫 인상이다. 이러한 화면은 심해와 같은 깊은 어둠 속으로 하강했다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어둠과 빛, 하강과 상승, 고요와 긴장처럼 서로 이질적인 시각적·감각적 요소가 결합된 작품은 이처럼 하나의 심리적 이미지로서 작가의 상태를 대변하는 듯하다.작가 노트에 따르면, 그는 제주에서 자연을 관찰하고 풍경을 그리며 쇠약해진 마음에 새로운 감각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지속된 불안에 시달려온 작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아름다운 것, 곧 자연’을 마주하면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제주로 향했고, 실제로 그 선택은 그에게 새로운 성찰을 가져왔다. 《위장된 고백》 은 강수희 자신을 지배했던 생각과 감정, 그리고 그로부터 형성된 삶의 양상을 기록한 일종의 고백록과 같은 풍경화를 선보인다.각각의 풍경은 작가가 제주에서 관찰한 하늘, 바다, 섬, 숲과 같이 어떤 자연의 보편적인 모습을 바탕으로 하되,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는 사이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한다. 빛이 물러나는 순간, 푸른 밤하늘은 의식과 움직임이 잦아드는 고요한 시간을 알린다. 이때의 풍경은 완전한 밤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화면에는 깨어 있는 또 다른 시간대가 삽입되어 있는데, 강렬한 햇빛이나 별빛, 자동차와 집 안의 불빛과 같은 요소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모티프는 구체적인 서사를 제시하기보다, 감각과 정서를 응축한 이미지로서 다양한 감정을 환기시키며 작품 특유의 화면을 구성하는데 더욱 초점을 두고있다. 어둠의 경계가 모호한,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풍경은 그 자체가 배경이자 전경으로서 하나의 화면을 이루는 것이다. 강수희의 풍경은 이러한 복잡 미묘한 장면을 통해 해소되고 발화되는 감각들을 포착한다. 어둠을 뚫고 나오는 빛의 장면들을 변주하며,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사실 풍경이란 게 제 안에서 복잡하고 거대한 것이라 딱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처음엔 마음의 평온을 찾기 위해 바라 봤고, 그 다음엔 내면을 투영하는 자리의 언어가 되었고, 어느 순간엔 그 생각의 논리를 넘어, 풍경 자체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다시 감동하는 경험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풍경은 무대인 동시에, 저를 다시 세상의 아름다움으로 연결해 주는 매개체이다. 그래서 이 모든 걸 담아 그릴 때, 작업이 ‘세상-나-세상’의 순환이 되는 것 같아서, 저 스스로 살고 있구나 하는 감동이 되고있다”강수희는 자연을 향한 경탄의 순간에 자력으로 해결되지 않았던 감정의 응어리가 해소되는 경험을 한다. 서로 상충되지만 결코 불안하지만은 않은 풍경의 형상을 통해 확고한 평온의 상태로 인도되는 것이다. 이러한 미학적 경험, 즉 자연으로의 몰입은 단순한 탐미적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자연이란 매개를 통과하며 자신과 화해하고 세상과 연결되며 존재의 의미를 사유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이처럼 강수희의 풍경은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 했던 의지의 기록이자, 내면에서 충돌하고 화해하며 쌓아 올린 감정의 지층을 우회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결국 작가의 회화는 표면적으로는 실존의 어둠을 ‘위장’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둠을 밝히며 우리를 진보케 하는 희망의 ‘고백’ 이라할 수 있을 것이다.글 l 임소희 (BHAK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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